VACATIO COLUMN
총사업비는 공사비가 아닙니다
2026.08.30

숙박시설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대개 공사비입니다. 평당 얼마인지, 객실 하나에 얼마가 드는지. 그런데 실제로 사업을 끝까지 끌고 가 본 분들이 하는 말은 조금 다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사비가 아니라, 공사비 말고 나가는 돈이었다는 것입니다.
돈이 나가는 여덟 곳
총사업비를 구성으로 펼쳐 보면 대체로 여덟 항목이 됩니다.
- 매입·취득: 부동산 대금과 취득 관련 비용
- 설계·인허가: 설계 용역과 인허가 절차에 드는 비용
- 공사: 철거부터 마감까지의 시공비
- 가구·가전·비품: 객실과 공용부를 채우는 모든 물건
- 시스템: 예약과 판매, 결제와 출입을 다루는 운영 시스템
- 금융비용: 대출 이자와 취급 수수료 등 자금을 쓰는 대가
- 오픈 준비: 채용과 교육, 초기 마케팅과 개업 준비 비용
- 예비비: 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아직 이름이 없는 지출
이 중 공사 한 항목만 계산하고 사업을 시작하면, 나머지 일곱이 순서대로 찾아옵니다. 총사업비는 건물을 짓는 데 드는 돈이 아니라 완공까지 버틸 자금입니다.
계획은 왜 늘 초과되는가
저희가 함께 일해 온 협력사는 두 도시에서 부티크 호텔 두 곳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직접 운영합니다. 두 지점 모두 최종 사업비가 처음 계획보다 늘었습니다. 특히 늘어난 것은 금융비용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일정이 밀리면 자금을 쓰는 기간이 함께 늘어납니다. 공사가 늘어난 만큼 이자는 계속 나가는데 매출은 아직 시작되지 않습니다. 즉 초과는 대부분 낭비 때문이 아니라 시간 때문에 생깁니다.

예비자금을 얼마나 잡아야 하나요
두 지점 모두 총사업비의 20% 안팎에 해당하는 자금 여력을 처음부터 확보한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여력을 썼습니다. 초과분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예상이 정확해서가 아니라 예상이 틀릴 자리를 미리 비워 뒀기 때문입니다.
예비자금은 남는 돈이 아닙니다. 예상 밖의 변경과 지연에도 사업의 핵심을 지키는 자금입니다.
자금 여력을 확인하는 질문
- 일정이 계획보다 크게 밀려도 이자와 고정비를 계속 낼 수 있는가
- 공사 중 예상 밖의 보수가 필요할 때 마감 수준을 낮추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가
- 오픈이 미뤄져 매출 시작이 늦어져도 채용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 예비비를 쓰기로 결정할 사람과 기준이 정해져 있는가

예비비를 항목 안에 섞어 두지 말고 별도 줄로 세워 두십시오. 공사비 안에 숨겨 두면 초과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예비비를 쓴 것인지 공사비가 늘어난 것인지 구분되지 않고, 구분되지 않으면 남은 여력도 알 수 없습니다.
정리
총사업비를 여덟 항목으로 펼치고, 그중 예비비를 별도로 세우고, 일정이 밀렸을 때도 핵심을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여력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 사업비 관리의 실체는 이 세 가지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예비자금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요?
건물의 상태와 공사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노후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하는 경우라면 총사업비의 20% 안팎을 여력으로 두고 시작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철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누수나 배관, 전기 용량 문제가 드러나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비율 자체보다 그 돈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상태로 두는 것입니다. 서류상 여력과 실제로 인출 가능한 자금은 다릅니다.
Q. 금융비용은 왜 계획보다 늘어나나요?
금리가 아니라 기간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허가나 공사가 밀리면 자금을 빌려 쓰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나고, 매출이 시작되는 시점도 함께 밀립니다. 이자는 계속 나가는데 들어오는 것은 없는 구간이 길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융비용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리 협상이 아니라 일정 관리입니다.
Q. 가구·비품과 시스템 비용은 언제 확정해야 하나요?
공사가 끝난 뒤가 아니라 공사와 나란히 확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가구와 리넨은 발주부터 입고까지 시간이 걸리고, 시스템은 설정과 연동, 테스트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 항목 모두 준공일에 맞춰 뒤늦게 착수하면 건물은 완성됐는데 팔 수 없는 기간이 생깁니다. 준공을 기준으로 역산해 발주와 계약 시점을 잡아 두십시오.